최근 ICANN에 RZ-LGR국한문 혼용을 하겠다는 제안이 올라왔습니다. 이 제안은 상당히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당연히 의견 수렴 메일링 리스트에는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상당수 달렸습니다.

ICANN의 의견 수렴 기간이 끝나고 추후 K-LGR 논의를 위한 29차 KGP 안내 메일이 해당 메일링 리스트의 모든 사람에게 발송되었는데, 이에 저는 해당 회의에 참가하였고 그 후기를 써보고자 합니다.

저는 이 회의를 해당 LGR의 문제되는 부분을 논의하는 의견 수렴의 장으로 기대하고 참석하였습니다. 하지만 해당 회의에서는 오로지 답정너로, “우리는 국한문 혼용 제안 그대로 밀고 갈 거니까 너네들이 입장 바꾸고 우리 프로포절에 내용 보충이나 하십시오. 반대 의견만 낼 거면 도움 안 됨.” 라는 태도를 유지하며, 문제가 되는 국한문 혼용 제안 자체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하였고, 실제 회의 자체도 상당히 엉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회의에서 KGP멤버들이 자행하는 발언권 뺏기는 거의 패시브 스킬 수준으로 진행되었고, 이에 반대 의견 전달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며, 덤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인 반대파 배후 캐기스러운 발언도 상당히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전달된 문제점 – 접근성 문제, 사용 용의성 문제, 국한문 혼용체의 실 사용 빈도 문제 – 등은

접근성 문제와 사용 용의성 문제는 나중에 풀 수 있다며 의견을 묵살하고, 국한문 혼용체의 실 사용 빈도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가 국어시간입니까” 라는 발언과 함께 아예 무시 당했습니다. 사실상 언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는 DNS Label 관련 회의에서 언어학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이 나온 셈이죠.

더불어 KGP패널측에서 나온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소개하자면
“자형이 비슷해도 헥사코드는 다르니 문제 없습니다”라는 명언(?)과 (아니 그러면 우리는 왜 curl http://example.com | xxd 해서 브라우징 하고 있지 않고 Firefox 나 Chrome (혹은 Internet Destroyer) 를 가지고 웹 브라우징을 하죠?)

This fact confirms that a) Hanja is still used quite a lot in Republic of Korea, b) Hanja i
s still
important in Republic of Korea, and c) officially standardized computer keyboards support Hanja input
(at the hardware level). This justifies that K-LGR must include both Hangul and Hanja in its repertoire.

프로포절에 적어두었으면서, 정작 회의에서는 한자를 한국에서 많이 쓴다 라고 적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거나

“한자를 쓰고 싶어하는 소수자성” 에 대해 주장한다거나 (브라일리 터미널에 한자를 그리지도 못 해서 한자와 한글을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시각 장애인들은 소수자가 아닌가봅니다?)

와 같은 여러 망언들이 오갔습니다.

29차 KGP 회의는 이와 같은 많은 문제점들을 보여준 굉장히 실망스러운 회의였고, 이런 KGP 의 태도는 본인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인터넷 정신” 에도 전혀 맞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로 굉장히 실망스러운 회의였습니다.